무제 / 해원 님 (@77588_517748) / 오다자
대형마트에서 파는 앵무새와 물고기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해왔어. 그래서 나는 몇마리들을 풀어주기도 했었지. 자유를 잃은 채 현실에 굴복하며 소리없이 살아가는 그 작은 생명체들이 불쌍해서. 너는 결코 작지 않지만, 너의 이상에 눈이 멀어버려 그것을 좇으려는 그 모습이 앵무새와도 같다고 생각했어. 굳이 착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잖아. 하지만 너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했지. 너는 총을 버렸고, 그 총을 나는 주웠어. 너의 이상에 구멍을 내주고 싶었어. 작은 숨구멍을. 하지만 너는 용납하지 않을 거잖아. 굳이 나쁜 사람이 될 필요도 없으니까. 그냥 태어난 대로 살아가면 되는 거야. 우리는 핏덩이로 태어나 피를 보며, 마지막에는 피를 토하고 죽을 거고. 우리는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다. 피로 물들여진 인간이야. 전쟁을 하며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이 인간의 의무라면, 너는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을까. 아니면 살리는 쪽으로 갈지도 몰라. 나는 죽이는 쪽일텐데. 인간은 서로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 맞는 것 같아. 나는 사람을 죽이고, 너는 사람을 살리고. 균형이 맞아서 안정적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려나. 나는 너를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그렇지만 너는 앵무새같아. 이 무슨 역설이냐, 라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결코 너를 불쌍하게 여긴 적이 없었어. 너의 그 재능이 아깝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친구의 선택에 내가 왈가왈부 할 수 없으니까. 너의 선택을 존중해. 그러나 죽지는 마. 사람을 살리되, 죽지는 마. 다시 너를 잃기는 싫거든. 나 말야 너를 잃는 꿈을 자주 꿨어. 죽지 마. 다치지도 마. 살아. 착하다. 아이 취급은 싫어하려나.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네가 다치면 나도 아플테고, 네가 죽으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이렇게 말하니까 꼭 동반자살 같네! 우리 동반자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하지만 나는 네가 죽기를 원하지 않으니까 그건 사양할게. 나는 친구와 죽는 건 싫으니까. 회색빛 사회에서 너는 나의 유일한 빛이야. 오다 사쿠. 사랑해.
작은 담배연기가 피어오른다. 너는 담배를 피는 것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한번 필 때에는 아주 독한 걸 폈다. 사각사각 소리가 이내 멈추더니 너는 일어났다. 담배를 차가운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발로 비벼 끄곤, 뭐라 중얼거리더니 나가버렸다. 편지의 내용은 진부하기 짝이 없었다. 너는 글 쓰는 솜씨가 없는 걸까. 소설로써의 문학적 가치는 없는 짧은 글이다. 한 천 자 정도 되는. 그렇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 전하는 소망과 감정, 그리고 슬픔이 담겨있음으로, 읽는 이에게 감동을 주기는 좋은 글인 것 같다. 그 글은 나에게 주는 것일까? 아니길 바란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니까. 우리는 만난지 일주일도 안 되었다. 멋대로 별명을 지어 부른 것은 네 쪽이었다. 싫지는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너를 보면 슬퍼졌다. 얼굴이 그렇게 생긴건가 생각도 해봤지만 너는 그저 수려하기만 하지 슬픈 얼굴은 아니었다. 그런 얼굴을 잘 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너에게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알 수 없지. 하기야 일주일도 안된 상대와 동거하는 나도 이상하지만. 그렇지만 너는 왜인지 착한 사람 같아서 그랬다. 이능력 같은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그러나 사람의 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그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상대 같았다. 너는. 그렇게 말할 때마다 너는 화제를 돌린다. 그게 참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그렇지만 너에게 그것을 물어보기엔, 알려주지 않을 것 같았다. 비밀이 많은 사내였다. 너는. 그렇기 때문에 그 비밀을 양파껍질처럼 벗겨내고 싶었다. 사실 속은 백치의 아이가 아닐까, 하는 호기심에. 하지만 그럴 리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너는 뼛속까지 우수憂愁한 남자다. 그런 아이는 없다. 모든 아이는 백치일 권리가 있다. 아이가 모든걸 알아버리면 자살할 것이기 때문에, 모든 아이는 백치일 권리가 있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몰라도 되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너는 아니었다. 너는 그 권리조차 없었다. 그러나 너는 순수한 눈빛을 한다. 다자이. 그러지 않아도 좋아.